아파트 공화국에 산다는 것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아파트의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파트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로마시대의 공동주택이었던 인슐라(insula)는 당시 주로 하층 노동자들의 주거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하층민의 전유물이었던 아파트가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효율성, 경제성, 편리함 등을 무기로 주거유형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의 성장과정에 주거문화는 도시의 기능과 서로 긴밀한 순응관계를 맺는다. 아울러 공간적 유대관계 형성을 통한 지역의 전통문화를 공유하며 상호 상생적 도시구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생적 도시공간 구조형성에 반해 최근 전주를 비롯한 주변 도시들이 하나 둘 돌연변이성 주거에 의해서 급속하게 그 기능성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구체적 예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번지 없는 다세대 주택들, 나지막한 단독주택 지역에 독불장군처럼 하늘높이 솟아오르는 고층 아파트들로 인하여 도시의 균형은 기형적인 요소들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이러한 고층화, 고밀화, 무미건조함은 이웃 간의 상호 단절이라는 사회학적 문제점을 유발함은 물론이고, 불 소통이라는 멍에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학자들에 의해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투기적 경제성 및 효율성이라는 미명(美名)하에 급속하게 확산하여 한국사회의 대표적 주거유형이 되었다.
1962년 서울 마포아파트 준공식에서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치사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살펴본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의식주 생활은 너무나도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많았음은 세인이 주지하는 바입니다……. 시대적 요청에 각광을 받고 건립된 본 아파트가 장차 입주자들의 낙원을 이룸으로써 혁명한국의 한 상징이 되기를 빌어 마지 않으며……. “
마포 아파트 준공식에서 밝힌 국가 지도층의 생각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나 근대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근대화만을 우선적으로 이루려는 조급함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는 단순한 공간적 구조 변혁을 통해서 사회적 개혁과 “생활의 혁명”을 이루려는 것이 되고 말았다.
현대의 아파트 주거문화는 경제적 효율을 전제로 생활편리성 및 사회심리성의 요인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사회심리성은 주민간의 프라이버시와 사회적 과시 및 주민의 동질성 등이 배타적인 차별성과 어울리며 존재하게 된다. 아울러 주거 공동체의 협조성은 개개인의 경쟁성과 충돌하며 주거의 기능성 및 독점성 등으로 변질하는 양향적(ambivert) 성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아이가 “혼자 있을래.” “밖에 나가기 싫어” “컴퓨터 하고 놀 거야” 라고 사회 단절적 현상을 선포한다면 우리 어른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또한, 청소년기 학생들의 우발적인 극단행동 및 노인 분들의 우울증 등에 관해서도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러한 현상들은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아파트문화 때문인 듯하다. 낮은 곳보다 높은 곳에 살수록 정서 불안증, 우울증 및 사회 공격성이 증가하고 유산이나 이상분만 비율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제는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아파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양향성 주거의식은 사적 주거공간으로서의 특성 및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데 의미를 부여한다. 이 양자의 관계가 적절하게 균형을 갖지 못하고 현대사회는 개인의 편리성만이 극도로 부각됨으로써 부정적인 주거의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균형 잡힌 주거문화는 양자의 통합 여부에 달렸으며 해법의 핵심적 열쇠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라 할 수 있겠다. 공동체 회복의 첫 관문은 ‘사람과 환경의 적시적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행복의 전제가 소통과 배려에 있다고 볼 때, 건축과 도시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 자연과 사람간의 소통이 필요하고 그 소통을 통하여 진정한 상호 상생적 관계적 가치를 갖는다.”
미래의 아파트 공동체는 편안함을 근간으로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며, 체험, 창의, 윤리, 건강, 상생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모형을 결합시켜야 한다.
또한, 사람 중심, 가족 중심, 공동체 중심의 아파트 공동체를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소프트웨어와 함께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창조적 하드웨어가 동시에 필요하다. 하드웨어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가 있더라도 시도조차 할 수 없기에 식견을 가진 건축가들과 전문가들이 도시 만들기에 적극 개입하여 소통할 수 있는 공동주택의 공간 구조를 만들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