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장’ 과 합리적 의사결정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우리는 관료적인 산업화 구조 속에서 지도자에 의한 일방적(一方的) 경영방식에 길들여져 왔다. 그 구조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오해를 불러 왔는데, 그 원인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상호소통이 아니라 그 관계가 폭력적으로 규정되고, 일방화 되는 현상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는 대화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명령체계를 가지기를 원했다. 이 의사소통은 합리적 의사소통이 아니라 서열이라는 권력의 흐름 속에서 맞추어진 왜곡 된 의사소통이다.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egen Habermas)는 ‘왜곡된 의사소통’ 이라고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본주의와 관료주의 의사소통의 한계를 지적했는데, 의사소통의 부재는 결국 갈등의 원인이 되고, 대인관계의 불화, 나아가서는 계파와 파벌로 나누어지게 된다. 즉 자본주의 방식은 생산관계라는 계급주의와 그 계급에 의한 대화단절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생산 관계의 계급 설정과 강화는 대화의 단절과 일방적 흐름을 확대시키는 구조로 나아가고 결국은 분열과 파벌로 얼룩지게 된다. 산업화 시절, 경제의 양적 팽창이 필요로 했던 때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와 말 잘 듣는 노무자는 하나의 산업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산업체질과 구조는 양적 팽창을 벗어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질적인 향상을 접근해야 할까?
첫째, 우리는 기업과 조직의 질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 의사소통의 일방성을 줄이고, 산업권력형 의사소통 방식을 벗어나서, 합리적 이성에 기초를 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공론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은 공론화된 장소에서 다수의 대화로서 모두가 인정하는 공공 의견이며,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의 배려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적인 의사교환이다. 공공의 의사교환은 대안과 공론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문화적 혹은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포함하고, 왜곡된 의사소통을 극복하며, 성공적인 민주주의와 경제적 생산성의 질적 개선을 이루기 위한 합리적 대화의 방식이다.
둘째, 더 이상 독재적인 리더십이나 값싼 노무자들의 침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참여자 의견 수렴 방식과 적극적 관계의 참여다. 모두의 객관적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공론의 장’은 산업의 질적 개선을 위한 초석이고 발판이 될 수 있다. 공론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성에 바탕을 둔 객관적 시각과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의견수렴방식이다. 예를 들어 회사조직에서 조직원들 모두가 객관적 시각의 장기적 회사의 비전에 대한 의견을 있을 것이고, 모든 의견과 각자 비전을 조합한다면 하나의 발전적 공론으로서 회사의 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론을 통해서 여과된 의견은 사회 혹은 집단의 정책 방향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여과된 의견은 단순한 정치적 혹은 이익집단의 사견을 넘어서 보다 나은 방향을 향해서 나가가는 고급정보이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하나의 보완적 메커니즘이다. 공론 그 자체가 하나의 파워나 결정권을 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수의 합리성이 이끌어내는 공공의 의견은 그 자체로서 진실성과 파워를 가지게 된다. 공론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준 사례로, 우리는 지난해 쇠고기 파동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의 지도자나 진보언론이 100만 인파를 의도적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 블러그는 (Blog) 불가능이라 여겼던 사회의 공론을 이끌어냈고, 그 공론은 재협상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공공의 의견이 인터넷에서 자력으로 정화되고 여과되어 스스로 강력한 의견을 피력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공론은 개인의 자유와 다른 동료와 동등한 대화의 발언이 보장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공론의 장’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말단 노동자와 회사의 소유자가 동등한 발언과 대화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성은 끝나지 않았다. 어떠한 형태로서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 공론이 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분명 모두를 위한 질적인 개선이고, 상호 관계성의 성공적인 방향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