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희망이다’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사람만이 희망이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 는 말을 자주 쓴다. 외양간 수리를 미루다 소를 잃을 수 있다는 말로 예방과 준비를 강조하는 속담이다. 새해 들어 구제역 파동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작년 11월말 경북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매일 수 만 마리의 가축이 살 처분 되고 있다. 관련 공무원들과 수의사들은 과로와 누적된 피로로 쓰러지고 있다. 경북지역은 이미 지역 축산경제가 90%이상 파괴되었고, 지역경제의 근간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언론에서는 모든 원인을 초기 방역관리시스템과 적절한 전문 인력의 대응미비가 주된 원인이라 말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인 조직과 관리시스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항상 최고와 최선을 다짐하고, 준비와 예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어느 누구도 조직과 관리에 누수가 생기고 위험요소가 내재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도 외양간은 붕괴될 수 있다. 외형적 형태와 시스템을 구성한다고 최고의 결과도출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략연구소’를 세웠다고 전략연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전략연구소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전략연구를 기획했을 때, 그 전략연구소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업무 파트나 부서의 유무를 강조하는 하드웨어적 신설과 확장 형태가 아니라, 그 일을 최적으로 이끌 수 있는 조직의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지적재산권이나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반면, 후진국에서는 하드웨어를 지향하고 물리적인 성장과 조직 확충에 중점을 둔다. 앞선 최고의기업들은 물리적 성장과 무분별한 부서의 확장보다는 내적 관계성과 인력관리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성화시키고, 조직 개선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기업들은 하드웨어 수립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고, 그 하드웨어 기반으로부터 조직의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을 이끌어왔다. 반면에 오래된 조직과 보수적인 관리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기업문화가 하드웨어 기반에서 소프트웨어기반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왜냐하면 오랜 조직의 낡은 관성 때문에 방향성이 하드웨어 안에서 맴돌거나 고립되고, 그 대안을 지속적으로 하드웨어 속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내부의 조직과 사람을 들여다보지 않고, 새로운 부서나 시스템을 만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통이 부재한 보수적 공무원 조직이나, 오래된 중소기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제점이다. 결국 조직의 지나친 확충과 하드웨어의 비대는 살찐 돼지처럼 도태되어서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소통과 자율을 통한 내부 구조조정이나 개선 또한 부족하다. 독선적이거나 보수적인 관리자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율을 싫어하고 나이와 직급, 감시와 통제를 통해서 조직을 지배하려 한다. 감시와 통제는 기능적인 면에서 일시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지만 장기적으로 구성원의 단결력과 신뢰를 파괴한다. 우리는 자율을 통한 소통과 창의의 방법이 아니라, 감시와 통제를 통한 관리 방법에 익숙해왔다. 이러한 경향은 인적자원의 의식수준과 교육 상태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수 있는 인재들의 자질과 능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운영할 적절한 인적자원이 없으면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다. 이러한 인적자원이 부족한 기업이나 조직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 했을 때 빠른 시간에 붕괴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도 없고, 책임을 전가하고, 곧바로 조직을 이탈하거나 외면한다. 그러나 유능하고 창의적인 관리자는 자율과 소통을 통해서 신뢰를 구축하고 결과를 극대화 시킨다.

현재 한국은 관리나 정책에서 하드웨어적 문제 해결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관리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젊은 기업을 외치는 이유 또한 유연한 정책 수립과 발 빠른 대응을 강조하는 젊은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MB정권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던 부분 또한 ‘4대강’이라는 고리타분한 하드웨어적 국토개발 사업을 전면에 걸었기 때문이다. 국토개발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외형적인 개발을 활용해서 경제적 대안을 찾으려는 방식자체가 후진국 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후진국을 벗어났고 국토개발을 통한 경제부흥의 시대는 끝났다. 정책 혹은 조직의 하드웨어를 지속시키는 것이 소프트웨어이고 그 유연한 소프트웨어를 가동시키는 통로가 바로 소통과 자율이다. 자율과 소통을 실천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어느 시인의 말처럼 모든 것은 사람 속에 들어 있고, 사람이 꿈꾸는 것이다. 잘 된 것도, 잘 못 된 것도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며, 사람이 풀어야 한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처럼,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갖고, 서로의 신뢰로부터 시작 할 때만이 바람직한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탄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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