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백승기칼럼] 왕의 길에서 찾은 시대의 문법… “당신이 중심을 잡는 순간, 당신이 곧 왕이다”
박지민 · 2026-03-27 · 왕의 길
건물에 금이 가고 외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위기의 마지막 신호다. 진짜 위기는 건물 내부를 지탱하던 보이지 않는 ‘생명력’이 침묵 속에서 사그라질 때 시작된다. 도시공학 박사이자 건축가인 백승기 박사는 작금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바라보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의 균열을 ‘건축학적 시선’으로 진단했다.
백 박사는 500년 조선 왕조의 설계도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중심 잡기의 원리’이자, 이 나라의 주인인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왕’으로서 바로 서야 한다는 통찰이다.
백 박사는 조직의 종말이 떠들썩한 파산 선고가 아닌 ‘깊은 침묵’ 속에서 찾아온다고 경고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느린 타협과 원칙의 상실이 결국 시스템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묻는다. “어떻게 더 높이 올라갈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의 견고했던 시스템이 왜 이토록 취약해졌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가 정의하는 진정한 리더, 즉 ‘왕’은 군림하는 자가 아니다. 모든 것이 휘어지고 왜곡될 때 스스로 중심을 유지하며 원칙을 붙들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조선이 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낸 비결은 무엇일까? 백 박사는 경복궁과 창덕궁의 배치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치밀한 경영 설계도’로 분석한다. ▲원칙(무엇이 옳은가)▲구조(무엇을 구축했는가)▲실천(무엇을 행하는가)이 세 가지 요소가 하나의 수직축(Vertical Axis)으로 일치할 때, 조직은 외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 인내력과 복원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중심축 프레임워크’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생존 법칙이다.
백 박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왕의 길』은 특별한 권력자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흔들리는 시스템 속에서도 묵묵히 기둥 역할을 수행하는 이름 없는 건설자들, 책임을 짊어진 중간 관리자들,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응원가다.
“당신이 중심을 잡는 순간, 길은 열린다.” 백 박사는 내부의 어긋남을 똑바로 마주하고 바로잡을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이 시대의 왕이라고 강조한다. 정보가 넘쳐나고 기준이 모호해진 세상일수록 자신만의 ‘왕도(王道)’를 설계하는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그리고 자기 삶의 건축가로서 중심을 바로 세우는 찰나, 비로소 ‘왕의 길’은 시작된다. “You are the King.” 백 박사가 이 시대의 시민들에게 던지는 가장 뜨거운 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