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정책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발표되고 정부는 무분별한 난개발(難開發)을 방지하고자 50만이상의 시에서는 의무적으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게 하였다. 전주시 또한 2006년 61개 사업지에 대하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고시하였다. 고시된 후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성공리에 정상궤도에 진입하였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업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업 초기 준비부족으로 인한 “지역 주민간의 갈등”, “절차의 미숙 및 주변의 무관심”등은 결국 사업의 장기 지연을 초래하였고, 설상가상으로 미국 발 경제위기는 지방의 아파트 시장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말았다. 또한 사업의 지연으로 인한 구역내의 주민의 사유 재산권 또한 장기간 개발을 할 수 없는 딱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서민의 주택이었던 빌라로서의 APT 유행처럼 번져버린 아파트 문화의 출현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잠시 살펴보자.
서양에서 시작된 아파트 역사는 기원 무렵의 제정(帝政)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슐라(insula)”라고 불렸던 당시의 아파트는 5층이었으며 1층에는 상가가 있고 윗층에는 살림집이 있어 마치 요즘의 상가주택과 비슷한 건물이었다. 근대에는 산업혁명과 함께 신흥 공업도시들이 등장하였고 이로 인하여 일자리를 찾아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몰리면서 심각한 주택난이 발생하였으며 주택문제를 해소하기위해 정부는 서민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대를 거듭하면서 공동주택(共同住宅)은 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주민 통제를 위해 발달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또한 70~80년대 개발 경제정책과 맞물리면서 근본도 없는 성냥갑 아파트들이 전국각지에서 다발적으로 출현 하였다. 당시 전북에서는 효자주공, 신동주공, 모현주공, 나운주공 등이 건설되었으며, 이는 공공의 성격이 부여된 아파트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 이었고, 오랜 기간 서민APT의 대명사가 되었다. 같은 시기 수도권의 주택개발은 지방과는 출발 배경과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그 동안 뉴스에서 단골로 다뤘던 강남 대치동의 은마, 미도APT는 70년대 말 대규모 단지로서 강남개발의 전주곡 이었으며, 현재는 대표적인 아파트 투기의 상징으로 되어있고, 지방도시의 아파트가 불과 몇 천 만원에 불과 함에 비하여 한 채에 10억이 훨씬 넘는 초 고가의 아파트가 되어있다. 그 후 노태우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주택공급(200만호/년) 정책은 주택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데는 다소 기여를 하였지만 도시는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지 못할 정도로 무분별한 난개발의 형태로 추락하였고, 전형적인 부동산투기의 온상이 되어 버렸다. 90년대는 신도시개발과 맞물려 건설공화국이 되어버렸으며, 그 여파로 인한 수도권의 인구 집중화는 가속되어 현재는 총인구의 1/2를 넘는 거대 공룡 도시로 변해 버렸다.
이러한 기형적인 대도시 집중의 경제 현상은 오늘날 지방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으며, 상주인구는 해마다 계속 줄고 있다. 그나마 교육, 산업 및 문화 경쟁력을 갖춘 일 부 지자체 에서는 주변 읍, 면단위에서의 인구 유입으로 근근이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계획 원점에서 생각해 볼 때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산업화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 및 과도기적 도시개발은 그 나름대로 시대정신에 충실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투기세력의 양성, 건설사의 과다한 개발이익 및 서민 주거안정의 실패등 사회적 오류를 크게 범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도시정책(都市政策)은 기존 사례에서 보았듯이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줄 것임이 분명해진다.
그 동안 수도권으로 유입되었던 경제 인구는 포화 상태다. 지방 중소 도시는 더 이상의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차단하고 떠났던 이들의 역 유입을 위해 도시 고유의 특화된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도시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흉내 낸 전주시 61개 지구에서의 도시기본계획은 사업의 장기 지연 등 여러 가지 불안 요소로 인하여 어떤 지구에서든 사업성을 담보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일부 노후 불량 저층단지의 재건축(再建築)과 시장 경쟁력이 있는 거점 지역의 재개발(再開發)지역 몇 곳 외에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는 무책임하고도 무모한 정책일 수도 있다. 설령 모든 지구에서 개발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난 개발 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정당시 다수의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시된 지역은 더 이상 주민 사유재산의 단독개발권을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착오가 있었다면 원점에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주민과의 소통을 통하여 헛발질을 답습하지 않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서민들의 사익(私益)마저 위협하고 있다면 그냥 지나쳐 버릴 일만은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