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사유,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로 이어지다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시간의 사유,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로 이어지다

우리는 당연하게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일이라는 단위로 시간을 구분하며 살아왔다.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여겨지지만, 왜 하필 7일일까? 의문을 제기해 본다.

인류가 시간과 우주, 그리고 삶을 어떻게 이해해왔는지를 되묻는 물음이다.

대부분 7일 주기의 시간의 개념을 서양의 종교나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찾는다.

기원전 약 21세기 메소포타미아 지방, 수메르 문명을 계승한 바빌로니아인들은 하늘의 일곱 천체(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를 신성하게 여겼다. 이 일곱 천체는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천체였고, 이를 바탕으로 ‘7일’이라는 시간 단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동양에선 그보다 앞선 시간 철학으로서 사유 체계를 갖춘 고대 문명이 있었는데 단군조선의 태양도시 ‘신시(神市)’에서 이 시간 개념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 신시의 조상들은 해(日)와 달(月), 그리고 수화목금토(水火木金土)라는 오행의 원리를 통해 시간과 공간,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사고했다.

이를 ‘신시칠회제신력(神市七回祭神曆)’이라 불렀고, 7일을 하나의 우주적 순환 단위로 설정했다.

고대력은 날짜를 셈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다. 여성의 생리 주기와 해양 생물의 활동 등 생명 현상과도 맞닿은 7일 주기는, 인간이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시간의 리듬을 반영한 것이다. 현대에는 과학으로 설명되는 이 생체 리듬의 기원들이 고대의 우주철학에 근거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신시의 철학은 일월(日月)과 오행(水火木金土), 그리고 그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포함한 ‘천지인(天地人)’ 사상의 조화를 담고 있다. 이는 시간의 이론에 그치지 않고, 왕조의 상징적 형상 이미지로도 이어졌으니 바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어좌 뒤에는 일월오봉도가 펼쳐져 있었다. 태양과 달, 다섯 개의 봉우리, 소나무, 그리고 넘실대는 파도까지. 이 병풍 하나에 조선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와 달은 음양을, 다섯 봉우리는 오행을 상징한다. 소나무는 절개와 민족정신을, 파도는 천하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왕은 그 중앙에 앉아 천명(天命)을 받은 존재로서 우주의 질서와 하나 된 천지인 삼합(三合)의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산봉우리로 구성되는 형이하학적인 장식이 아니다.

우주의 시간과 자연의 질서, 인간의 삶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철학적인 우주관으로 조선의 왕은 그 병풍 앞에서 나라를 다스린다. 제왕적 권위가 아닌 우주적 조화와 생명존중의 문화 중심에서 백성과 나라의 안위를 지키며 번영시켜야하는 역할이다.

오늘날 인류는 디지털시계와 스마트폰 달력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늘에는 여전히 태양은 뜨고 지고 있으며, 달의 차고 기우는 자연의 섭리와 리듬이 깔렸다. 우리가 7일을 단위로 일하고 쉬며 살아가는 이유도 이 리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간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자 미래다. 우리는 신시칠회제신력과 일월오봉도의 철학을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

옛 문명은 유산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혜이자 과학이다. 삶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혼돈의 메타버스 시대, 이 오래된 시간 철학에서 삶의 균형을 되찾을 중요한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의 수도 한양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설계되었다. 북쪽의 북악산을 중심으로 동쪽의 청룡(낙산), 서쪽의 백호(인왕산), 남쪽의 주작(남산)을 아우르며 사대문과 보신각을 배치함으로써 음양의 균형과 오행의 흐름을 도시에 반영했다.

보신각은 천상의 기운을 인간 사회에 전달하는 신뢰의 중심축이 되었고, 사방위에 각각 흥인지문(동), 돈의문(서), 숭례문(남), 숙정문(북)의 기운을 연결하며 도시공학적 배치를 하였고, 이는 도시에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철학적 사유를 유기체로 설계하고자 한 동양건축 철학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잊힌 줄 알았던 신시의 시간들 ‘일월오봉도’를 통해 지금도 우리 곁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 시간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자, 미래를 위한 뿌리 깊은 무시무종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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