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근대사‘덕진 종합경기장’역사 속으로…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전라북도 체육계의 요람이자 전주지역 근대사의 자랑 이었던 ‘덕진 종합경기장’이 이제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다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쉽게도 후임 공연자를 위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 시대적 상황에 놓여있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연설 문구가 어쩌면 그동안 전북 도민과의 많은 애환을 같이했던 오늘의 종합경기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는 기존의 경기장과 야구장 주변 부지에 민간 사업자로 하여금 국제 컨벤션센터와 특급 관광호텔 및 고층 공동주택 등으로 개발을 유도하고, 개발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제2 경기장 및 야구장등을 건립하여 전주시에 기부하는‘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가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시책 사업이다.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아마도 전주가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의 첫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대형 건설사와 국내 굴지의 설계사무소가 적극적 사업 참여 의지를 보였었고, 년 초에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종합개발에 청신호가 켜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참여 의지를 표명했던 대형 건설사들 중심으로 사업 참여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아마도 지방에서의 대형 시책 사업이 민간투자사업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자체 판단이 섰을 것이라 여겨진다. 사실 민간 사업자가 일부 양여 받는 토지에 호텔이나 아파트 등을 분양하여 얻은 이익금으로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는 시책 사업을 책임진다는 것이 예전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곰팡이 나는 재래식 사업이 되고 말았다. 전주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아마도 사업방법이 기존과는 달리 제안 되어야 될 것이다.
컨벤션센터로 개발하기에 앞서 우려되는 몇 가지 사항을 여기서 짚어 보자.
첫째, 과연 전주에 국제 컨벤션센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짚어 보고, 미래의 전주에 걸 맞는 사업인지를 생각해보자. 전주의 정체성은 교육 및 역사와 전통, 음식과 문화, 예술과 영화 등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내포한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대형 컨벤션센터의 건립을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관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타 도시에 있는 국제 컨벤션센터가 대부분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국제 컨벤션센터의 효율성과 유용성에서 생각해 볼 때, 전주가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그렇게 우위에 있지 않다.
하나의 예시로, 제주 컨벤션센터는 국제적인 위상과 유명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음에 불구하고 재정 적자가 230억에 육박하고 있으며, 자제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적자운영은 국고나 지방비 형태로 보조 받고 있고 이러한 행태는 지방자치의 재정을 약화시키고, 지역경제의 불필요한 부채를 누적시키고 지역경제 발전을 침체시킨다.
둘째, ‘규모의 경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당위성 또한 부족하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초창기 투자비를 의미하고, 초창기의 투자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전제요소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산성은 컨벤션센터의 수요와 컨벤션센터를 위한 인프라가 동시에 반영되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컨벤션센터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생산규모를 늘려 나가야 하는데, 전주가 가지고 있는 수요의 규모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복합주거 타운 조성의 수익사업으로 시도하는 컨벤션센터 자체가 오히려 지역의 누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인구 50만 안팎의 중소도시이며, 국제공항 또한 없고, 기업인구와 수요인구 또한 다른 시와 도에 비해서 현저히 부족하다. 기존의 소리문화의 전당과 전통문화센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는 것은 아마도 시기상조가 아니가 싶다.
부산의 벡스코는 개장 이래 흑자를 내고 있으며 미래 전시·컨벤션 사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이유로는 부산이라는 국제적 인지성과 항구도시라는 특수한 정체성, 물류 지역의 중심지, 다양한 물류산업의 허브로서, 지역관광 인프라, 국제항공과 철도교통 등 도시와 사회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건실한 기업이 사업에 참여 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요소가 융합된 창의적 대안이 필요 해진다.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협적인 요소가 내재해 있는 추상적인 재래식 정치 정략적 사업 보다는, 전통과 역사의 고장 전주에 어울리는 새 옷으로 새 단장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 행사용을 위한 초고층의 현대적 국제도시를 만들려는 허상에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지는 창조적 도시계획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의 청개천을 무의미하게 흉내 내었던 ‘노송천 복원’이나 아중저수지의 ‘고래의 꿈’ 등이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