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어버린 재건축·재개발
김현종 · 2026-05-28 · 칼럼
재개발 및 재건축의 기본적 의도는 주거환경 개선뿐 아니라 공공성 강화, 자산 증식 등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취지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은 불행하게도 긍정적 효과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때로는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며, 생각보다 재산 증식도 이루어 지지 않고, 오히려 지나친 욕심과 환상의 부작용은 지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지역의 슬럼화를 촉진하는 병폐를 만들고 있다. 전주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지난 2006년 예정됐던 44곳 중 24개 구역이 추진위 구성이 되었으며 현재 19개 구역이 사업추진 진행 중이다. 이중 정비구역지정 10곳, 조합설립 6곳, 사업시행인가 2곳 중 삼천 주공 재건축사업 1곳만이 착공된 상태이고, 나머지 구역은 추진위 구성조차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며, 개발 가능성 또한 극히 낮은 현실이다. 그리고 사업성 또한 열악하여 개발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영세의 지역민으로 구성되어 있어 입주 시 원주민의 부담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업지연의 여러 가지 요소들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거나 도시의 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불규칙한 경기의 변동은 예측할 수 없는 미분양에 대한 우려와 간접비 상승으로 인한 추가 부담금을 주민이 지불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예상있다. 결국, 늘어난 부담금은 지역민의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오랜 세월동안 가꾸고 지켜왔던 지역 공동체 구성의 정체성을 파괴한다. 아울러 추진위 및 조합의 형성과정과 사업진행자금 집행 및 시공사 선정을 놓고 불신과 불협화음이 생겨 추진위와 비상대책위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최초의 주민들은 낙후된 주거 환경 개선과 재산 증식의 효과를 기대를 하지만 서민에게는 재개발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막대한 분담금이라는 족쇄로 영세 원주민의 이탈을 조장하고 마는 것이 대한민국 재개발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재건축 재개발을 위한 해법과 행정당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민주거의 안정을 위해서는 도시의 공공성도 중요 하지만, 삶의 터전을 보장할 수 있는 소형평형의 복지 주택의 건설이 필요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제도적 장치의 지원과 법적 기틀이 절실하다.
아울러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거나 사업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갈등의 조속한 조정과 행정지원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전주시는 호응도가 낮은 지역 20군데에 대해서는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해제한다는 방침과 더불어 집수리와 폐가정비 및 도시가스 공급, 해피 하우스 등의 지원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방편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잘못된 진행절차나 혹은 해제로 인한 피해자 또한 지역 영세민들이다.
최근 서울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로서 공공관리자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 시행 초기 관할 구청장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주민들을 대신해 추진위원회 구성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정비업체 및 설계자 선정지원을 하는 등 사업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부조리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공공관리자 제도는 정치적 성과물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세입자나 철거 등 공공이 필요한 부분에 공공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정비업체나 시공사 선정 등 정비사업 핵심권력의 선정정도에 공공의 관여가 집중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 또한 사업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지금이라도 행정당국은 공동주택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도시기본계획을 재수립하여야 하며, 시행이 어려운 구역의 적절한 해제를 위한 기준과 절차,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개발전략이나 가능성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인허가 절차 개선을 통한 사업기간 단축 및 이해관계 조정을 통한 법적 소송 최소화, 사업부진 구역에 대한 적극적 행정지원 등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영세거주자의 재정착 비율을 높이기 위한 해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거주자에 대해서는 올바른 주거지 선택을 위한 컨설팅이나 전세보증금,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보조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정비사업은 지역민의 재산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의 재산권과 사업자의 적절한 사업성을 모두 고려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상생 모델의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