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주거 커뮤니티 모델

김현종 · 2026-05-28 · 칼럼

한국형 주거 커뮤니티 모델

최근 미국에서의 주택재개발 사업은 “공급자 중심”의 주체에서 수요자인 입주자 주도의 “동호인 주택(Co-housing)”이 도시 내?외곽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의 유형은 주거지 내에 공유시설을 일정부분 확보하여 합리적 공유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지역 커뮤니티의 유대성과 사회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사회 통합형 주거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역 재생, 친환경 마을 조성, 시민 의식 향상, 노동비용 절감, 노인, 청소년, 아동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과제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미래형 대안주거는 합리성과 지역주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개인주의 사회에서 결여되었던 시민의식의 회복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면 미국에서 성공적인 주거모델이 한국에서 성공적이지 못했을까?

공간배분에서 발생하는 이해와 해결 능력의 부족

20세기 근대성이 없는 근대화를 겪으면서 우리의 주거문화는 전통과는 거리가 먼 이질적인 모습을 형성하였으며, 개념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도시는 물리적인 질서마저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는 거주자의 시민의식과 도시의 커뮤니티 공간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연관되어있다.

동호인 주택(Co-housing)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불분명하거나 중복되어 있으며, 이 공간들의 구분 정도와 거주자의 주거의식과의 관계는 커뮤니티의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 의해서 학교 기숙사를 자치적으로 운영할 경우 원활한 주거 커뮤니티 및 거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극복해야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충돌들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요인들은 학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대화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에서 동호인 주택의 실패는 공간배분에의 해서 발생하는 이해와 해결 능력의 부족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은 주거문화의 이질성 에서도 그 실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동호인 주택의 협동 개념은 우리의 전통 주거문화 속에 나타나는 이웃의 정(精)의 개념과는 다르다. 한국의 전통 촌락의 유형에서 나타나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역할은 동호인 주택에서의 개인과 공동장소(Common House)의 기능과는 다른 관계를 보여준다. 즉 커뮤니티의 정체성 혼란은 거주자에게 거부감을 부르고, 이질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형 주민 자치 커뮤니티 모델은 어떠한 형태일까?

한국형 주민 자치 커뮤니티 모델

최근 우리의 주거지 계획은 대부분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자산증식이라는 부동산 투자 가치성에 많은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개발 환경은 기존 지역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었던 장소성이나 역사성은 무시하고, 경제적 가치의 주거상품만을 생산, 판매하게 된다. 주거단지는 물리적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주민들 간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사회자본(Social Capital-사회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협조나 협동을 가능케 해주는 사회 네트워크나 규범 그리고 신뢰를 통한 좋은 감정)을 확보하여,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의 관계를 정의하고 개선 시켜나가는 성공적 커뮤니티 유형이 필요하다. 기존의 일방적인 아파트 주거 타입을 개선하여 실질적으로 개인과 대중이 만나고, 공론을 통해서 사회 자본을 형성하는 공간적 배분의 형태를 의미한다. 물론, 거주자들의 특성에 따라 공공의 공간과 개인의 공간은 전혀 다른 비율로 배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 정체성과 지역민의 특성을 함께 하지 못하는 커뮤니티는 생명력이 짧다. 마치 유행이 지난 전자제품처럼 다시 구매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정체성의 확립은 정부의 정책이나 개발업자의 사업적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실천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 거주민의 적극적 주도가 있을 경우에만 형성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지방정부가 허물어진 성벽 하나 바로 세운다고 지역 정체성이 확립되고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자치 정부의 노력과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공간구조의 변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기본과 원칙을 상실한 다양한 유형의 기형적인 개발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의 불균형은 상식을 벗어났으며 개발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은 지역민들의 오랜 정서와 정체성이 담겨있는 삶의 터전이다. 정부는 비록 거주자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른 주민의 참여와 기대 및 공간의형태가 각기 다르다 할지라도, 도시 정체성의 확보를 위해서 공간 구성과 분배라는 모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웃과의 관계 향상과 참여를 통한 커뮤니티의 재구성이라는 모델”은 단순한 물리적 주거형태에 대한 모델이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환경에서, 주민과의 관계를 통한, 성공적인 공간관계를 반영하는 한국형 주민 커뮤니티 모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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