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학자·건축사 백승기 박사가 말하는 '왕의 길'은?

백승기 · 2026-05-09 · 언론보도

도시공학자이자 건축사인 백승기 박사(도시공학 Ph.D)가 지난 3월, 신간 ‘역사 속으로 걷다’ 시리즈 3편 <왕의 길>(King’s Road)’(뱅기노자 출판)을 발간, 서점가의 혜성이 됐다.

주인공 백 박사는 이 저서 출판 이후 Book 콘서트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지난 13일고려대 건축과 학생들과 덕수궁 현장 특강도 가졌다. 또한 시민들과 조선 왕조가 만든 유적을 탐방하며 왕의 길 속에서 역사의 진실과 시대정신을 찾았다. 제이디상생포럼(이사장 정회근/한국철도비전연구원 이사장)은 4월 맞춤형 월례토론회(4.23/광화문 회의실)에서 백승기 박사와 함께 역사의 공간에 관한 응축된 얘기를 회원들과 함께 토론했다. 4월 토론회에 나선 이들은 정회근, 권미자, 박상준, 서규순, 이민영, 김현희, 윤여진, 황정길, 박지민, 안소희 등이 함께 토론을 벌이며, 인문 정신을 확장하고 역사로부터 오늘을 사는 지혜을 얻고, 지적 갈증을 해소했다.(註)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광화문 광장에서 컴백공연(3.21)을 할 때, 경복궁을 활용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왕의 길‘을 연출했다. 이들의 길은 제왕적인 왕이 아니라 국민주권시대’시민의 길‘을 보여줬다는 평이 있는데 이 공연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요?

(답) 과거의 궁궐이 오늘날 우리 모두의 무대로 부활했습니다. BTS의 광화문 공연은 제가 책에서 강조한 새로운 방향 찾기, 즉 과거의 정신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멋지게 되살려낸 최고의 사례라 봅니다. 건축가인 제 시선으로 볼 때, 조선의 궁궐은 당시의 귀한 가치를 담아 만든 하나의 설계도와 같습니다. BTS는 경복궁이라는 역사적 장소에서 현대적인 노래를 부르며, 과거 왕들만 걷던 길을 오늘날의 주인공인 시민의 길로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역사의 응축된 에너지가 BTS를 만나 전 세계로 화려하게 터져 나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건축가이며, 역사연구가인 백승기 박사 ◇ 저서 <왕의 길>에서 부제로 붙인 “누가 이 시대의 왕인가? 당신이 왕이다”는 단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거운 울림이 있는데 간단히 설명해 주시지요? (답) ’당신이 왕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주권자의 책임에 대한 질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시민 개개인이 자기 삶의 주체로써 그 축을 세우는 주인입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자아를 향해 스스로 물으며, 자신의 삶과 공동체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깨어 있는 시민이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왕이 될 것입니다.

◇ 이 책을 보면 조선 왕조 27대까지 그 왕의 업적과 길이 잘 정리돼 있는데 어떤 왕이 지금의 시대정신을 잘 반영했다고 보는 지? 왕의 길이 백성의 길임을 잘 보여 줬는지 알려주세요? (답) 정조대왕, 인재를 아끼고 백성에게 다가간 소통의 리더입니다. 정조는 출신보다 실력을 중시하며 파격적으로 인재를 등용했는데, 이는 오늘날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하는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정조가 세운 '규장각'은 지금의 국책 연구소와 같아서, 서얼 등 소외된 인재들을 등용해 국가의 새로운 길을 설계하게 했습니다. 이는 왕의 길이 곧 백성의 길임을 실천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인재가 곧 국가의 힘이라는 그의 신념은 현대의 리더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 백 박사께서 평상 시 조선 왕 중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왕이 있다면 한두 분 알려주시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답) 저는 조선의 왕 중 세종과 광해군을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세종이 나라의 기초 설계도를 그렸다면, 광해군은 불타버린 그 집을 다시 지어 올린 현장의 리더였습니다. 세종에 대해선 잘 아는 분이니 중략하고 광해군을 먼저 설명한다면, 전쟁과 재건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숙명을 짊어졌던 리더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리고 피난했던 선조와 달리 광해군은 분조(나누어진 조정)를 이끌며 직접 의병을 독려하고 일본군에 맞서 사령관처럼 싸웠습니다. 건축가인 제 관점에서 볼 때, 광해군은 폐허가 된 도성에 궁궐을 다시 세움으로써 꾹꾹 눌려 있던 민심을 회복하고 국가의 위엄을 물리적으로 증명하려 했던 건축 대왕 이었습니다. 창덕궁과 경희궁 재건을 사례로 들겠습니다.

◇ 지금 국민주권 정부의 시대에 비교해 조선 왕 중에 어느 분이 더 지금 시대정신과 더 가까웠을까요? 그 당시 시대정신이 건축이나 유적에 표현된 사례를 설명해 주신다면? (답) 지식을 나눈 세종과 공간을 개혁한 정조, 이는 국민주권의 뿌리입니다. 이 정신은 세종과 정조의 통치 철학 속에 이미 싹트고 있었습니다. 먼저 세종은 지식의 독점을 깨고 권력을 나눈 리더입니다. 집현전을 통해 국가의 지성 체계를 구축했고, 인류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문자인 한글을 창제했습니다. 이는 정보가 권력이던 시대에 백성에게 '언어의 주권'을 돌려준 혁명적인 사건입니다. 이 밖에도 과학기술, 애민정신, 백성의 행복 등이 지금 국가의 존재 이유와 같습니다. 반면 정조는 수원화성이라는 신도시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설계도를 직접 그려낸 개혁 군주입니다. 건축가인 제 눈에 화성은 왕의 권위를 내세우는 성벽이 아니라, 상업과 주거가 어우러진 실용적인 '시민의 도시'로 보입니다. 정조의 인재등용, 공간 혁신 등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왕의 길’을 단순한 역사 탐방이 아닌 ‘시민의 길’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BTS 공연과 궁궐, 그리고 세종·정조의 통치 철학을 연결한 시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인문적 프레임을 제시한다. 오늘날 주권자인 시민이 어떤 책임과 역할을 가져야 하는지 되묻는 메시지가 강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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