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독립운동 속으로 시리즈

2회차_서대문형무소&독립문_김유미

김유미 · 2026-08-23 · 신지식 청년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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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기억을 마주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2차 탐방 · 독립문, 서대문형무소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김유미

지난 8월 21일,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에 방문했다. 이번 탐방을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그동안 역사를 눈으로만 봐 왔다는 것이었다. 궁금한 것이 생겨도 ‘이게 뭐지?’, ‘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물음으로 흘려보내고, 굳이 그 자리에서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수감자를 이동시킬 때 일반인에게 독립운동가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씌웠다는 ‘용수’라는 도구를 보면서도, 나는 ‘왜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됐을까?’하고 가볍게 짐작만 해볼 뿐이었다. 반면 함께한 팀원분은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마다 곧바로 검색해 답을 찾으셨고, 덕분에 나 역시 마음속에 남아 있던 물음표들을 하나씩 지울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수동적인 자세로 역사와 마주해 왔는지를 깨달았고, 동시에 이런 나의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역사적 공간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시물을 지나치며 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궁금증 하나라도 붙잡고 끝까지 알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는 궁금한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직접 찾아보고 알아가려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탐방에 임하고 싶다.

탐방 전, 나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벽관고문에 대해 접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화면 너머로만 봤기에 그것이 얼마나 참혹한 것이었는지 온전히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 좁은 벽관 앞에 서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 왔다. 또한, 상자고문에 쓰였다는 상자를 마주했을 때는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같은 인간에게 어떻게 이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잔혹하다’라는 말로도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의 참담함이 밀려왔다. 손톱 밑을 꼬챙이로 찌르는 손톱찌르기 고문 앞에서는, 처음엔 다른 고문에 비해 그나마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손톱과 살 사이에 작은 생채기 하나만 나도 그토록 아픈데, 그것을 고문으로 겪어야 했던 고통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독립운동가분들이 견뎌야 했던 고통의 무게를 함부로 재단하려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탐방 중 김세용 국장님께서는 형무소에서 풀려난 뒤에도 모진 고문으로 인해 몇 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그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쉽게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탐방을 마치고 돌아보니 여운형 선생의 옥중 회고록을 읽어보면서, 그 말이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음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형무소에서 풀려났다고 해서 그곳에서 겪었던 고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의 고통이 이후에도 몸과 마음에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당시 사람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공간 자체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이렇게 잔혹한 공간을 왜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했을까? 팀원분과 함께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나 글로만 그곳의 역사를 접했다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 갇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지금처럼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직접 좁은 감방에 들어가 보고 고문 도구를 눈앞에서 마주하면서야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 잔혹한 공간을 그대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탐방을 마친 지금은 오히려 그 잔혹함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마주하지 않았다면 쉽게 지나쳤을 고통을 눈앞에서 느끼면서, 그곳에 갇혔던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지워버린다면, 그곳에서 겪었던 사람들의 고통 역시 너무 쉽게 과거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될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스스로를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해오곤 했다. 그러나 탐방지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제대로 된 역사 탐방 한 번 해본 적이 없었고, 가야겠다는 생각조차 좀처럼 하지 않았으며, 어쩌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나도 학업을 핑계로 늘 미루기만 했다. 그런 내가 감히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말할 자격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 남는다. 이번 탐방은 단순히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역사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역사에 관심이 있다’라는 말을 먼저 하기보다,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보고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 보는 행동으로 그 관심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다시 방문할 생각이다. 다음에는 조금 더 천천히, 더 많이 질문하며 이곳을 바라보고 싶다. 이번에는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눈으로만 보는 탐방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으로 기억하는 탐방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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