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독립운동 속으로 시리즈
1회차_안중근의사기념관_김유미
김유미 · 2026-08-23 · 신지식 청년사관
걷고 나서야 보인 것들
1차 탐방 · 안중근의사기념관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김유미
지난 8월 14일, ‘걸어서 독립운동 속으로’의 첫걸음으로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안중근 의사가 남긴 ‘천여불수 반수기앙이’라는 유묵이었다.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스스로 하얼빈에 온 것을 하늘이 준 기회로 확신하고 거사를 감행했다고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에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나였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백 번은 망설였을 것 같다. 그러다 이 말이 단순히 기회에 대한 말이 아니라, 두려움 앞에서 자신의 결심을 붙잡는, 즉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흔들릴 때마다 자신의 선택이 하늘이 준 기회라고 믿으며 마음을 다잡았을지도 모른다. 신념이란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는 마음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설득하며 지켜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중근 의사 가문과 김구 선생 가문이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인연이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인연이란,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것 자체를 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집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인연의 진짜 소중함은 그 관계를 오랫동안 이어가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집안의 인연이 이어진 게 단순히 첫 만남이 특별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서로를 기억하고, 관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한때는 매일 연락하고,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낼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람들이 있다. 당시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멀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바쁘다는 이유로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내가 한 노력도 많지 않았다. 인연이 소중하다는 말은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면 그 관계를 당연하게 두지 말라는 뜻임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모든 인연을 억지로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먼저 연락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탐방을 통해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나는 얼마 전까지 현충일을 그냥 학교 안 가는 날이라고만 생각하고 좋아했었다. 광복절과 3·1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쉬는 날이라 좋아하기만 했지, 그날의 의미를 진정성 있게,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탐방을 다녀오고 나서야 내가 역사를 얼마나 철없이 대해 왔는지 깨달았다. 걸어서 독립운동 속으로 들어간 하루였는데, 걸어 나올 땐 전보다 조금은 덜 철없는 사람이 되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