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독립운동 속으로 시리즈
2회차_서대문형무소_이시형
이시형 · 2026-08-23 · 신지식 청년사관
억압을 넘어 자유와 평화로: 서대문형무소에서 마주한 80년의 기록 단국대학교 치의학과 이시형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가 의병 투쟁과 항일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세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감옥이다. 해방 이후에는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가들의 아픔까지 품으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80년을 고스란히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압도당한 것은 형무소의 거대한 규모였다. 붉은 벽돌의 삼엄한 외벽과 수감자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설계된 파놉티콘 구조의 옥사는, 그 시절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독립의 열망과 시대의 절망이 얼마나 거대했는지를 소름 돋을 만큼 실감 나게 전해 주었다.
전시관 벽면을 가득 채운 신간회, 의열단 등 독립운동 단체들의 실제 사진과 수천 명의 수형기록 카드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결연함을 넘어선 비장한 의지를 마주하게 했다. 특히 수감실과 지하 고문실을 직접 걸으며 눈으로 확인한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물고문, 상자고문, 벽관고문 등 끔찍한 탄압 속에서도 끝내 입을 다물고 조국을 지켜낸 분들, 비좁고 비위생적인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동상과 영양실조를 견디며 형무소에서 순국해간 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옥사 안에서 수감자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 신호를 주고받은 '타벽통보법'의 흔적이나, 도주를 막기 위해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격벽장'을 보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정신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사소한 신체적 불편이나 피로 앞에서도 쉽게 나약해지곤 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부끄러움과 함께 숙연함이 밀려왔다.
서대문형무소의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종 저항운동의 배경과 결과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3·1 독립만세운동 전시 구역은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무력 투쟁이 아닌, 오직 맨몸과 독립을 향한 뜨거운 열망만으로 일제의 폭압에 맞섰다는 사실은 경외감을 자아냈다. 오직 평화적 연대로 전국과 해외로 퍼져 나간 이 거대한 함성은 결국 일제의 식민 정책을 '문화통치'로 전환시켰고,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의 밑거름이 되었다. 전 민족의 역량을 모아 치열하게 저항했던 38년의 기록은 참으로 눈부셨다.
더불어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아픔까지 품고 있는 공간이다. 제국주의의 폭력과 독재의 억압 속에서도 한민족이 지켜내고자 했던 자유와 평화의 80년 역사가 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과거의 아픔을 차갑게 박제해 두는 데 그치지 않고, 비극적인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거울이자 등대가 되고 있다. 이번 견학은 단순한 역사 탐방을 넘어, 오늘 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수많은 선조들의 피와 눈물이라는 기적 위에 세워진 것임을 깊이 깨닫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 희생에 부끄럽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의 청년인 내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얻은 가장 값진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