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독립운동 속으로 시리즈
안중근의사기념관 탐방 소감문
정세현 · 2026-08-22 · 신지식 청년사관
매년 광복절이 되면 언론과 각종 행사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접하면서도, 정작 그 발자취를 직접 찾아 나서고 그들의 정신을 몸소 되새기는 실천은 오랫동안 미뤄 왔다.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내가 마주할 수 있었던 건 안중근 의사 개인의 삶을 넘어선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삶이었다.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닌 주권국가의, 국권을 강탈당하고 식민 지배의 굴욕을 감내해야 했던 백여년 전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전시된 독립운동 사료를 마주하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과 평온한 세계가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도, 앞으로 당연히 보장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새삼 절감했다.
기념관을 둘러보며 가장 깊은 인상 깊던 사료는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설파한 ‘동양평화론’이었다. 일반적으로 안중근 의사의 핵심적인 업적을 꼽으라 하면 단연 하얼빈 의거를 떠올리기 마련이며,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이 날 의사의 생애와 사상을 세세히 들여다보면서,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스치듯 접한 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동양평화론을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를 얻었다. 하얼빈 의거가 밖으로 표출된 역사적인 결단이었다면, 동양평화론은 내면에서 완성된 사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안중근 의사는 결코 조선의 국권 회복만을 최종 목표로 삼지 않았다. 그는 국권을 되찾는 일 다음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로서 한국·중국·일본 동양 3국이 서로에 대한 침략을 멈추고 대등한 위치에서 연대하여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팽창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평화주의 사상을 제시했다. 가해국인 일본을 단죄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다시 신뢰를 회복하길 주창한 것은, 단선적 적대 구도를 뛰어넘어 아시아의 상호 협력과 참다운 세계 평화를 궁극적인 지향으로 삼은 가장 높은 수준의 통찰이다. 이는 나 자신, 혹은 우리나라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협소한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거시적이고 세계적인 지평으로 평화의 마음을 확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다시금 배우도록 했다.
인간은 본디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라지만, 그러한 인간 존재 중에서도 안중근 의사와 같이 무모해 보일 만큼 담대한 용기와 희생을 선택한 이들의 위대한 과거가 있기에 그 위에 나의 삶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역사란 결국 지나간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갈 이유와 방향을 되묻게 하는 살아 있는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하다.
이번 탐방은 앞으로도 광복절이라는 상징적 하루에 국한되지 않고 매일의 일상 속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본받자는 다짐을 안겼다. 아울러 동양평화론이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직시하며,나는 오늘날의 세계시민으로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듯 하다.